아이의 비행기 표를 예매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어느덧 성인이 되어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가족 품을 떠나 타국으로 향할 준비를 마친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분명 기특하고 자랑스러운데도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다.
공항에서 손을 흔들며 작아져 가는 뒷모습을 보니 문득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처음 서울로 상경하던 날, 기차역에서 눈물을 훔치던 부모님의 표정이 오버랩된다.
그때는 왜 그 마음을 몰랐을까?
부모님의 슬픔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컸던 철없던 나는 부모님의 진심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동안 내가 겪었던 타향살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처음 낯선 도시에 도착해 텅 빈 방에서 혼자 짐을 풀던 밤, 불안하고 외로웠던 순간들. 감기라도 걸리는 날이면 따뜻한 밥 한 끼, 약 한 봉지 건네줄 사람이 없어 서글펐던 기억들이 아릿하게 떠올랐다.
우리 아이도 지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낯선 땅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적응하려 애쓰다 보면, 아마 문득 문득 고향과 가족이 그리워지는 순간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임을 안다.
낯선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이 결국엔 아이를 더 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요즘은 국제전화도, 영상 통화도 쉽고 빠르다지만, 화면을 통해 만나는 얼굴과 실제 곁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쩌면 이제야 진정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떠나간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고 깊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마음을 알 것이다.
명절마다, 생일마다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채 전화기 너머로만 듣던 익숙한 목소리, 그리운 음식의 맛, 함께하지 못한 소중한 시간들. 멀리서도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가족의 품이 그리웠던 마음을.
이제는 내가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건다.
"잘 지내지?"라고 묻는 목소리엔 떨림이 묻어 있다. 아이는 밝게 웃으며 답한다.
그 웃음소리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부모님이 느꼈던 외로움과 안타까움이 얼마나 컸을지 새삼 깨닫는다.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더 멀리 떠날 수 있겠지만, 그 마음만은 늘 우리와 함께일 것이다.
오늘 나는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타국 생활자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