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바라보며 출근 준비를 하던 아침, 문득 눈이 부시게 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따뜻한 햇살과 살며시 피어난 꽃망울 덕분에 곧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온 겨울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만나는 이런 예고 없는 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두꺼운 외투와 머플러를 챙겨야 하는 아침, 마치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다급히 붙잡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섞여 있었고,
쌓인 눈 위로 남겨진 발자국들이 평소와는 다른 리듬을 만들어냈다.
이런 날이면 어린 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봄으로 넘어가던 어느 날, 갑자기 내린 눈에 친구들과 뛰어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던 기억들 말이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그 날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 같았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출근길에 쌓인 눈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숨어있던 그 시절의 설렘이 슬며시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득한 지금,
다시 찾아온 겨울의 이 마지막 흔적은 우리에게 계절의 경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인생에서도 때때로,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어려움이나 고민들이 불쑥 다시 찾아와 우리의 발목을 잡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출근길의 함박눈은 그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춰 서라는 겨울의 메시지 같았다.
계절의 경계선에서 잠시 머물며 숨을 고르듯, 우리도 삶의 한가운데서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이 눈은 봄을 향해 서두르던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함박눈이 내리는 오늘,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얗게 덮인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의 작은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곧 따스한 봄이 오겠지만, 겨울이 보내는 이 마지막 인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