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건 빨간 장미, 마음에 남는 건 담장의 기억 5월의 공기를 가르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담장 너머로 얼굴을 내민 장미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난히 또렷한 붉은빛의 장미는 햇살 아래서 반짝이며 계절의 중심이 되었음을 조용히 알린다. 철쭉이 물러가고 라일락의 향기가 옅어질 즈음, 장미는 마치 자신이 이 계절의 주인인 양 도심의 골목골목, 아파트 담벼락 아래에서 피어난다.장미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꽃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계절의 속삭임과 함께, 사람마다 다른 기억이 녹아 있다. 어린 시절, 집 앞 담벼락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었던 장미 덩굴이 생각난다. 철마다 어머니가 가지를 다듬고 장미 송이를 유리병에 꽂아 거실에 두면, 집 안 가득 장미향이 퍼지곤 했다. 그 향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어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