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바라보며 출근 준비를 하던 아침, 문득 눈이 부시게 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따뜻한 햇살과 살며시 피어난 꽃망울 덕분에 곧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온 겨울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만나는 이런 예고 없는 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두꺼운 외투와 머플러를 챙겨야 하는 아침, 마치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다급히 붙잡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섞여 있었고, 쌓인 눈 위로 남겨진 발자국들이 평소와는 다른 리듬을 만들어냈다. 이런 날이면 어린 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르곤..